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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라일상

정월대보름이 딸에게 특별한 이유

by lala^^ 2021. 2. 2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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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월대보름이 딸에게 특별한 이유


 

오늘은 음력 1월 14일..

며칠 전부터 허리가 아파온다. 생리통이려니 생각했는데 끊어질 듯 아픈 이 느낌은 뭘까?
생각해보니 오늘은 둘째를 출산한 날이었다.

그리고 내일은 정월대보름...
음력 1월 15일은 첫째를 출산했었다.. ㅠ.ㅠ
그러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..
매트를 뜨겁게 켜놓고 허리라도 지져본다~

이 느낌을 누가 알까?
출산의 고통이 슬슬 상기되면서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.

그때 친정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.
"엄마 지금 나물이랑 겉절이 묻히니까 아빠 오면 보낼게~"
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아프던 허리도 괜찮아진다..ㅋㅋ



그러고 보니 내가 17년 전 애를 낳기 전날에도
엄마는 5가지 나물과 오곡밥을 가져다주셨다.

가진통이 시작되며 병원 가기 전
엄마의 5가지 나물과 오곡밥에 고추장 듬뿍 넣어
한 대접 비벼먹고 첫째를 낳으러 병원으로 갔었다.

그렇게 엄마 밥을 먹고 다음날 오후 정월대보름날에
큰애를 출산했다.
애 낳기 전 마지막 식사는 엄마의 오곡밥과 5가지 나물이었다.

나의 정월대보름은 인생의 첫 출산일이자
큰 아들의 생일이기도 하지만
엄마의 나물이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인 날이 되었다.

그 추억을 가지고 오늘도 아픈 허리를 지지며
엄마의 나물을 또 기다리고 있다.

이사 오면서 한 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엄마가 계시지만
생각만큼 자주 보지는 못한다.



그렇게 아빠가 가지고 오신 나물과 김치...
차가 있으심에도 지하철이 편하다고 한사코 역으로
나오라 하신다.. 딸 집에 머무르면 딸이 또 피곤해질까~
들어오시지도 않고 타고 오신 지하철을 다시 거꾸로 타고
돌아가신다... 아빠가 가는 뒷모습을 보노라면 맘이 아린다.
저녁도 못 드시고 오셨을 텐데 배가 안 고프시단다.

그렇게 받아온 나물과 잡곡밥과 김치...
딸이 힘들까 저녁 차리지 말라고 다시 전화를 주신다.
허리도 아픈데 난 너무 고맙고 힘이 난다..

오늘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엄마 생각에
맘 한편이 시리다!

내일모레는 엄마 생신이라 맛난 거라도 사드릴까 했더니
그날 약속이 있으니 올해는 그냥 넘어가라고 하신다.
작년에도 약속이 있으셨는데....

17년 전 정월대보름에 첫애를 낳고 퇴원해 조리원에
입소한 날... 그 날 친정엄마는 조리원에서 뜻밖의 생신
미역국을 드셨다. 딸은 그날도 엄마보다는 꼬무락 쟁이
아들이 더 우선이었다.

나에게 특별한 정월 대보름...
엄마 사랑이 가득 차오른 보름달을 보게 된다.
그 보름달이 1년을 버텨내는 힘이 된다는 걸 새삼스레
엄마가 되어서 느껴본다.

17년 전 오늘도 이렇게 한 그릇 크게 비벼먹고
온갖 힘을 썼던 것처럼 오늘 보내주신 이 밥도 맛있게
먹고 온갖 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보리라 다짐한다.


그리고 또 한 번 다짐해본다.
나도 울 아이들에게 이런 엄마가 되어 주리라고...

엄마의 정월 대보름 나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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